"온 몸 굳어가는데 손쓸 방법 없어요"
작성자 이복근 (61.♡.165.145)
루게릭병 딸 둔 시각장애 조의심씨 온정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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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는 병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김주영씨가 고통스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딸이 죽어가는데도, 저는 그 모습조차 볼 수 없습니다. 제 딸을 도와주세요."

한 시각장애인 어머니가 희귀난치병에 걸린 딸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딸은 죽음을 향해 서서히 다가서고 있지만, 그 역시 1급 시각장애를 앓고 있어 딸을 돌볼 수 없는 처지다. 딱한 사연의 주인공은 조의심(여·64)씨와 딸 김주영(37)씨.

조씨는 4살 때 열병을 앓으며 시각을 잃었지만, 딸 김씨에게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12년 전 결혼한 김씨도 예쁜 딸까지 낳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3년 전 김씨에게 찾아온 루게릭병은 이 가족의 모든 것을 돌려놓았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척수의 운동신경 세포가 죽어가면서 사지에 마비가 오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병이다. 더욱 잔인한 것은 굳어가는 육체와는 달리, 의식은 또렷해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환자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병을 선고받은 2005년 이후 3년여 동안 남편이 병수발을 들었지만, 최근 남편마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김씨의 곁을 떠났다. 딸은 인천의 시댁에 맡겨 놓았다. 김씨에게 한 명의 남동생(36)이 있지만 남동생 역시 지체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김씨는 남구 신정동 한마음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간병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지가 굳는 중병인 만큼 대소변을 받아내고, 몸을 수시로 소독하는 등 항상 곁을 지켜야 하지만 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다. 그나마 평일에 남구자활후견기관의 자원봉사자가 하루에 몇시간씩 간병해주는 것을 제외하면 혼자서 병실을 지켜야 한다.

외로움과 공포에 김씨는 자주 울음을 터뜨린다. 성대가 굳어서 말을 못하기 때문에 울음은 김씨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표현이다. 병원 측은 김씨의 울음소리를 불편해 하는 다른 환자들을 감안, 김씨의 병실을 옮긴 상태다.

조씨는 "그전 남편과는 서로 약속된 눈꺼풀 신호로 대화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그나마 남편이 떠난 이후 딸이 마음의 문마저 닫은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의료보호 대상자로 병원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병원의 간병서비스와 기저귀값만 해도 한 달에 50여만원이나 된다.

어머니 조씨는 "염치없는 줄 알지만 죽어가는 딸을 위해 도움을 구하는 것 외에 엄마로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시민은 울산광역시 시각장애인복지관 재가복지팀(256·5244~6)으로 연락하면 된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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