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정보

멜라민 파동 초등교 앞 문방구 가보니
[2008.09.28 22:36]
대부분 중국·동남아산…아이들 "싸니까 사요"
제조업체 등에만 몰려 단속 손길도 '사각지대'


지난 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의 한 초등학교 앞. 학교를 마친 이모(10)군이 교문을 빠져 나온 뒤 곧장 문방구로 들어가 과자 2개를 사서 손에 들고 나왔다.

하나는 알약처럼 빼먹는 사탕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기에도 조잡하게 포장된 초콜릿이었다.

"왜 불량식품을 사먹느냐"는 질문에 이군은 "슈퍼마켓보다 가격이 싸 더 많은 과자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군이 과자를 구입한 문방구 한 구석에는 20여종의 과자들이 백화점처럼 진열돼 있었다. 대다수가 싸고 조잡했지만, 형형색색으로 포장된 젤리와 사탕, 오징어다리 등은 아이들의 입맛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과자 13종을 구입한 가격은 총 2100원. 1개당 100~200원에 불과했다. 포장지에서 재료의 원산지를 살피려 했지만, 깨알같은 글자가 눈을 어지럽게 했다.

대부분 원재료와 식품첨가물이 적혀 있었지만, 원산지를 제대로 표기한 것은 6종에 불과했다. 그나마 재료와 첨가물, 원산지 등을 제대로 표기한 것은 1종뿐이었고, 나머지는 '수입산'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등으로만 표기한 채 세부내역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 외 7종에서는 원산지를 아예 찾기 힘들었다.

최근 중국발 멜라민 파동으로 과자류에 대한 우려가 알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는 단속의 치외법권으로 방치되고 있다.

현재 울산지역에서 유통되는 '불량식품'은 대략 20여종에 이른다. 대다수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수입되거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조돼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때 국내에도 불량식품을 제조하는 공장들이 많았지만, 국내 생산이 채산성이 없자 요즘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과자 포장에 한글이 표기돼 있더라도, 사실상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들어진 과자들이다.

반면 관할 행정기관의 단속과 감시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멜라민 파동 이후 유명 회사의 제품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를 거쳐 회수되고 있지만, 학교 앞은 영세업체의 불량식품 공세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구·군청의 위생 관련 부서가 정기적으로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관할 구역의 일반음식점을 비롯해 각종 음식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관리에도 급급한 상황이어서 문방구의 불량식품의 경우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개학 등에 맞춰 주기적 단속을 벌이지만 불량식품에 신경을 집중하기 힘들고, 그나마 표시기준 등을 갖추고 있으면 별 도리가 없다"면서 "과자 수입 단계에서부터 관계 당국의 철저한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는 지난 25~26일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109개를 회수하는 한편 식약청이 멜라민 함유 여부를 검사하고 있는 식품 305개 품목에 대해서는 일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